13일에 있었던 졸업식.
졸업했다.
3월에 시작한 요리 디플롬 코스가 이렇게 끝났다
중간에 방학이 하나도 없어서 이렇게 포풍 스피드로 졸업(mm
하 8월에 쉬지도 못했는데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 일주일 6일 내내 하루에 수업3시간짜리 3개에 날씨는 덥고 ㅠㅠㅠㅠㅠ
내 포스팅을 본 분들은 어떻게 눈치채셨을수도 있고
내가 입학허가 받고나서 글을 올리기도 했지만
난 파리 르 꼬르동 블루 본교에서 요리 디플롬 코스를 마쳤고 무사히 졸업했다.
졸업식은 13일 오후 2시에 있었다
장소는 8구 포부르 생또노레 길 33번지의 Cercle de l'Union Interalliée.
무슨 사교클럽인지 그런 단체 건물이라는데 부내나고요
원래 1시 반까지 가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늦어서 동기들이랑 포풍 택시타고 감ㅋㅋㅋㅋㅋㅋㅋㅋ
에펠탑 앞 에꼴 밀리떼흐를 지나서 센 강을 건너서 샹젤리제를 지나서 엘리제 궁 옆을 지나서
PO 도 착 WER
입구에서 초대장을 확인하고 들어감
졸업식 시작 전
언제나 그렇듯 초반의 인사말과 소개와 등등
그리고 제과 디플롬, 요리 디플롬, 그랑 디플롬(제과와 요리 디플롬 둘 다 딴 학생들) 이 순서로 디플롬을 수여함
디플롬 하나면 은색 메달 그랑 디플롬이면 금색 메달을 준다
나 포함 한국인 학생들은 얼굴을 가려주었다
그 와중에 내 옆에 있는, 얼굴 빨갛고 좀 쭈구리같이 찍힌 셰프는 제과 대빵 장-프랑수아 드기녜 셰프인데
부인이 한국인이라던...
그 옆 셰프는 젊은데 MOF(프랑스 국가 명장)인 제과 셰프인 니꼴라 조르당 셰프
(MOF는 자기 조리복 칼라가 프랑스 삼색기 색)
나쁜남자 스타일인데 인기 많다
근데 목소리 들어보니 왜 인기 많은지 알겠더라(.........)
그리고 학교 셰프들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셰프인 윌리엄 코지몽 셰프랑 ㅠㅠㅠ
초급 담당 메인 세프인데
우리 기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서 제일 잘아는 셰프 중 한명 ㅠㅠㅠㅠ
고급올라와서도 실습에서 윌리엄 셰프 특히 많이 봐서 좋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넘 젠틀하고 자상하고 섬세한데 빡칠땐 PO포풍카리스마WER
유명한 기 사부아의 레스토랑에서 요리 파트 셰프로 있었고 그 외에도 기 사부아랑 같이 오래 일한 셰프임
근데 저 뒤에 니꼴라 원형탈모야?!?! ㄷㄷㄷㄷㄷㄷ 헐
고급 중간 쯤에
좀 이상하게 요리에 별로 어려운 테크닉은 없는데 이상하게 좀 허둥지둥해서 실습 망한 날이 있었는데
그때 윌리엄 셰프가 실습에 들어왔었다
원래 고기 스톡을 낼때
고기 짜투리랑 뼈를 먼저 캬라멜라이징 하고 그 후에 아로마틱 가니쉬(야채)를 넣고 볶은 후에 물을 넣어줘야하는데
내가 그날따라 이상하게 야채 대신에 물을 먼저 넣어버렸다ㅋㅋㅋ
근데 그걸 셰프가 다 보고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도
내
등
뒤
에
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톡을 낼 때부터 난 내가 그날 망하리란걸 직감했지
이렇게 기본적인걸 실수하다니
그리고 요리도 망했는데
셰프가 실습 마지막에 내가 낸 요리를 맛보고 평가하면서
- 너 오늘 평소하고 다르게 허둥지둥 거렸지
이러는거다
그래서 내가 축 처져서
- 넹 알고 있쯤
이랬더니
셰프가
- 네가 이것보다 더 잘하는거 내가 아는데
이러는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흑
그 말이 계속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졸업식 후에 있었던 파티에서 셰프한테 미리 준비한 선물을 주었다
프랑스 올때 혹시나 선물할 일이 있겠지 싶어서 면세점에서 사온,
수묵화가 그려지고 한켠에는 서산대사의 말이 쓰인 부채였는데
그 말도 프랑스어로 나름 번역해서 쪽지에 써서 같이 포장했다
흑흑 셰프 넘 좋앙
오메 저 팔뚝 봐
그리고 뻡뻐
모두 계획대로야 찍어준 ㅈㅇ언니 고마워요 내가 원했던대로야
막 윌리엄 셰프가 졸업식 초반에 단상위에 앉아있고 나는 앞에 세번째 줄에 앉아있었는데
눈마주쳤을때 눈인사하고 서로 웃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티 넘 내서 그런지
파티 끝나고 나올때 셰프들한테 작별 인사하는데
윌리엄 셰프가 나한테 블로우 키스 해줌ㅋㅋㅋㅋㅋ
나도 빙구같이 웃으며 같이 블로우 키스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차리고 다시 생각하니 부끄럽네
근데 왜 다 멋진 남자는 왜 유부아니면 게이죠
내가 파리에서 그 두가지를 다 경험함
어어허허럴러ㅓㅓ어어어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동기들이랑 저녁을 먹고 바에서 한잔 하고 집으로 들어온게 11시 쯤이었는데
들어오자 마자 테러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기들이랑 나는 졸업식 끝나고서 8구 오페라 근처에서 계속 있었고 내가 사는 곳은 15구 남쪽이고
테러가 난 곳은 강 윗쪽인 10구 11구 였긴했지만
새벽이 되어서도 계속 헬리콥터랑 앰뷸런스 경찰차 소리 들려서 더 불안했다
막 올랑드가 긴급 담화에서 국경 봉쇄를 지시했다고도 나오고
파리 시장 안 이달고가 당국의 차후 발표가 있을때 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다는 발표도 있고,
그리고 그게 2차대전때 독일군의 점령 이후 파리에서 처음 있는 강제 통금이라는 말도 있어서
계속 라디오 들으며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나 보는데
라디오 아나운서가
'리베르떼 에갈리떼 프라떼흐니떼(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 자유 평등 박애)'
이러는데 그거 듣고 프렌치가 아닌 나도 마음이 울컥...
그리고 오늘 아침에 장을 보려고 동네 까르푸에 가는데
동네 군데군데 창문에 프랑스 국기가 걸려있었다
하지만 그것 외엔 별 다른 동요도 변화도 없었고 정말 평소와 다름 없었다
근데 친구네 대학원 학생 한명이 이번 테러로 사망했대서 기분이 ......
그리고 에펠탑과 루브르가 무기한 폐쇄라는 발표도 있었는데
나는 학교를 졸업해서 인턴 확정되기 전까진 고정된 스케줄로 외출을 해야하는 일은 없는데
일단 메트로도 안타고 사람이 몰리는 곳도 가지 말아야겠다
아 나 오랑주리 가려고 했는데 그것도 취소해야하자나
28일까지 티켓 써야하는데ㅠㅠㅠ
근데 나 스펙터 보러가려고 했는데 어쩔......
궁금해 죽겠단 말이야ㅠㅠㅠㅠㅠ
베스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물론 베스퍼는 잠깐 언급만 된다지만 그래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일단 내일 성당은 가야지....
이렇게 파리에서의 한 챕터가 끝났다
학비에 나의 노력을 얹어 졸업장을 등가교환해왔다 는 넝담이고
나년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