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록시마의 시작은
사라가 신체적으로 힘든 우주비행 대비 훈련을 받은 후
급하게 달려나가 차를 몰고 집으로 가 스텔라를 씻기고 재우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 후 사라가 전남편인 토마스를 찾아가 자신이 우주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한다.
모든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사라는 독일 쾰른에서 사는 엔지니어이자 유럽우주국 소속의 프랑스인 우주비행사인 직업인이다.
어릴때부터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다는 사라는
우주비행에서 자신과 한 팀이 될 다른 두 비행사보다 늦게 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사라에게도, 사라가 낙오하거나 테스트에서 불합격하게 되면 언제든지 자신을 대체할 또 다른 비행사가 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라는 8살의 딸 스텔라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이기도 하다.
스텔라는 예민하고 난독증을 앓고 있는, 학교에서는 수학에 약한 아이다.
사라는 자신이 러시아에서 훈련을 하고 1년간 우주에 있을 동안 그런 스텔라를 다름슈타트에 사는 애 아빠인 토마스에게 맡기려고 한다.
사라와 한 팀이 될 미국 나사 소속의 비행사 한명과 러시아 우주국 소속의 비행사는 모두 남자이며 가정이 있다.
하지만 자식들이 어떻게 될지는 신경쓰지 않는다. 언제나 그래왔듯 아이들을 돌봐줄 부인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인 우주비행사인 마이크는 모든 사람 앞에서 '프랑스 여성이 요리를 잘한다니 우주에 나가 있을 동안 힘들진 않겠군요'
라든지 사라를 '우주 관광객'이라고 지칭하는 등의 모욕을 주며 미소지니를 시전한다.
사라는 자신을 계속 주시하는 마이크의 코를 납작하게 하기 위해 강도높은 훈련에서도 버틴다.
그렇게 아이를 애아빠에게 맡기고 러시아로 온 사라.
사라는 어떻게든 훈련에서 버티고 조금씩 마이크와의 관계도 개선되지만 스텔라의 상황이 좋지 않다.
새로 간 학교에서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고 사라도 덩달아 그런 스텔라 때문에 훈련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
그와중에 사라가 수중 훈련에서 잠깐 기절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그날 훈련은 사라의 서브 우주비행사가 대신하게 된다.
사라와 떨어져있는 스텔라는 사라에게서 점점 멀어져가고 사라 없이도 혼자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간다.
한편 그런 스텔라를 보며 사라는 불안해한다.
그러던 중 마이크는 사라에게 '완벽한 우주비행사가 없듯 완벽한 엄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말하고
그때부터 사라는 조금씩 '탯줄을 끊어내며' 더 자신의 훈련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우주로 갈 날짜가 다가오는데
사라는 토마스와 스텔라가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놓쳐서 우주선 발사장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에 제 시간에 오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하생략)
프록시마는 정말 다큐이자 현실감 뿜뿜의 작품이다.
물론 아 이래서 영화구나 하는 부분이 한 5%정도 있지만
나머지는 정말 우리 주변에서 모든 엄마들이 겪었고 겪고 있을법한 그런 이야기이다.
너무 현실적이라 숨이 막힌다.
우주비행사의 이야기이지만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 정말 현실적인 휴먼드라마이다
이 점은 위노쿠르 감독이 수없이 한 말과 일치한다.
사라가 겪는 모든 일은 모든 워킹맘들이 직장에서 겪어봤고 지금도 겪고 있을 일이다.
아이를 보다가 일에 늦어 다른 동료가 자신의 일을 맡게 되거나
둘이 같이 애를 낳았는데 애는 엄마만 돌보는...
(물론 극 중에서는 사라와 토마스가 이혼후 사라가 양육권을 갖고 서로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듯했다)
특히 아이가 예민하거나 다른 점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엄마에게만 더욱더 육아의 짐이 무겁게 지워지는 면도 같다.
또 사라는 직장에서는
미소지니를 시전하는 동료에게 '우주관광객'소리를 들으며 '훈련을 줄여달라고 하는건 어때' 소리나 듣고
딸 걱정때문에 훈련에 집중을 하지 못해 트레이너에게 질책을 듣는다.
그리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테스트에 적합하지 않으면 자신의 자리를 대체할 다른 비행사도 있다는 것을 본인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와 동시에 사라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을 힘들다고 내색할수도 없다.
그것이 다 약점이 되고 자신이 일에서 밀려날 하나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 모습이
마이크가 프렌치 여성 요리사 앵알앵알 하면서 농담이랍시고 미소지니를 시전할때의 모습이다.
저기서 사라는 그냥 씁쓸하게 웃어 넘기는데
많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남자들이 농담이랍시고 하는 말에 그렇게 웃어 넘길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것 같기도)
그후 사라는 동료에게 자신이 단지 우주관광객으로 가는 것이 아닌, 동등한 동료로 가는 것임을 인정받기 위해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훈련 강도를 높이고
또 훈련에 더욱더 집중하고 몰입하기 위해 훈련 외의 시간에도 우주비행에 관련된 것들에만 몰두해서
우주에 함께갈 동료인 러시아인 비행사가 '이제 그만해도 될것 같은데' 라고 까지 말한다.
(참고로 저 러시아인 비행사는 처음부터 사라에게 우호적이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인데...?
21세기 많은 워킹맘들의 모습이 아닌가요...?
이건 농담으로 나오긴 하지만,
애 아빠인 토마스는 역시 유럽우주국 소속의 천체물리학자이고 사라는 성공한 항공우주엔지니어에 우주비행사이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스텔라는 수학을 못하고 난독증이 있으며 예민하다.
그런 딸을 보며 토마스는 사라에게 '내 딸이 아닌거 아냐?'라고 농담한다.
물론 사라는 '뭐?'라며 정색하긴 하지만
자기 자식이 맘에 안들면 그건 다 상대방 배우자를 닮았다고 하는건 동서양이 다 똑같군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_-
프록시마를 나와 함께 본 친구는
'우주비행사라는 직업때문에 리얼리티가 좀 떨어지는것 같다. 그냥 평범한 직장에 다니는 워킹맘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라고 하던데
내가 생각하기엔, 우주비행사의 훈련처럼 사람을 신체적 정신적 양쪽에서 모두 극한으로 몰아가는 것이 드물기에
신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인간으로서의 자아실현과 엄마로서의 모성애가 충돌하는)을 동시에 겪고
또 그 고통을 극복하는 모습을 최대한 극적으로 다루려
작품의 배경을 '우주비행을 앞두고 훈련을 받는 우주비행사' 로 선택한것 같았다.
물론 우주를 다루는 각본을 쓰는게 감독 본인의 꿈이기도 했다지만..
그리고 내가 프록시마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인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여성캐릭터인 사라를 통해서가 아닌,
남성캐릭터인 마이크를 통해서 나왔다는 점이다.
프록시마 극 중에서
사라가 훈련을 받게 될 러시아 스타시티에 도착했을때
그 곳에서 일하는 중년의 여성이 우주비행사로 이곳에 온 사라를 아주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대하는 장면도 있고
또 스텔라의 카운슬러가 되는 상담사인 웬디라는 조연 캐릭터도 있는데
그런 여성 캐릭터들에게 저 대사를 맡길수는 없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그 말을 초반에 미소지니를 시전하던 마이크의 입에서 나오게 했다는게 나는 좀 맘에 들지 않았다.
미소지니 하는 사람이 완벽한 엄마가 존재하는지 안하는지 어케알어요
물론 캐릭터가 극 중에서 바뀔수는 있지
하지만 마이크의 캐릭터가 그렇게 변화하는 과정이나 결정적인 사건 자체를 보여주지 않고
딱 그 대사만 하게 만들어서 뭔가 개연성 부분에서 아쉬운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물론 그 전에 조금씩은 사라를 향한 시선이 변화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결정적인 사건은 아니라서 내가 보기엔 개연성 성립에 충분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도 위의 대사와 연결된 이야기이긴 한데
극 중에서 '탯줄을 끊어낸다'라는 말이 몇번 나온다.
소유즈 로켓이 발사되고 나서 처음 분리되는 단계에서도 나오고(실제로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마이크가 스텔라가 자신에게 화를 내는걸 보고 고통스러워 하는 사라에게도 하는 말이다.
그 후 사라가 '완벽한 엄마는 없다'라는 걸 깨닫고 나서
자신의 훈련에 집중하고 스텔라에게 연락을 줄이는 등 서서히 '탯줄을 끊어내'게 되는데
그 일련의 과정이 좀 생략된것 같아 아쉬웠다.
그런데 극 중에서 안톤(사라에게 우호적이라는 러시아인 우주비행사)이 사라에게
'지구를 떠날때 무엇보다 힘든건 나 없이도 지구는 계속 돌아갈거라는 사실이야'
라고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사라가 스텔라에 대한 강한 애정을 잠시 거둬들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사라와 스텔라의 우주로 가기 전 마지막 만남 쯤이 되면
새로 간 학교에서 친구가 없던 스텔라는
이제 팔에 한 깁스에 모든 친구의 메세지를 받을 정도로 친구를 많이 사귀고
또 수학도 그 전보다 잘하게 된다.
위노쿠르 감독이 이건 우주를 배경으로 한 휴먼드라마라고 했고
또 엄마와 딸 간의 이야기라고 했는데 맞는것 같다.
엄마와 딸이 성장해가는 스토리이다.
엄마는 엄마 자신의 꿈을 찾아 우주로 가고
딸은 엄마없이도 지구에서 성장해가는.
엄마가 완벽하지 않아도 아이는 지구에서 잘 자랄거고 엄마는 엄마의 일을 하면 된다는...
아이는 엄마가 어디에 있든 그냥 성장해 간다는, 그걸 받아들여야한다는 메세지도 있는것 같았다.
어쨌든 한 엄마가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없다는 걸 깨닫고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꿈에 집중하게 되는 것,
인간으로서의 또 다른 성취와 성장의 과정을 좀 생략한것 같아 그게 좀 마음이 쓰리다^.ㅜ
그게 위노쿠르 감독이 인터뷰에서 했던
'불가능한 '완벽한 엄마되기'를 선택하겠냐, 아니면 자신의 꿈 이루기를 선택하겠냐'라는 질문과 통하는 대목이었던거 같은데...
흑흑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리가 안된다.
약간 불필요한 부분(ex- 사라의 샤워씬 등)도 있었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건 메타포적인 부분이라고 하면 음 그렇군요 하고 넘어갈수는 있는데
결말도 사실 음오아예? 할 정도로 좀 급하게 마무리된것 같다.
내가 러닝타임 107분이라고 할때 알아봤다 진쯔 한 130분은 했어야죠
그리고 현실성이 쪼금 떨어져서 아 이래서 영화구나 하는 장면(에바가 담타넘는 장면 전 후에 이어지는....) 이 후반에 나온다.
분명 생물학과이거나 의학공부를 한 사람이 보면
저걸로 저게 돼? 하는 장면이 나올텐데 (생물학과 전공인 내 친구가 보고 띠용함)
일단 뭐... 포인트는 그게 아니니
뭐 이건 중요한건 아닌데
스텔라가 나오는 장면에 깨알같이 귀여운 장면이 있는데 ㅋㅋ 넘 귀엽다
스텔라는 엄마 사라랑은 프랑스어를 쓰는데
엄마에게 불만이 생기자 독일어로 이야기를 한다.
사라가 '아빠랑 독일어쓰니? 엄마랑은 프랑스어로 해'라고 해도 말 안들음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거기서 사라는 영불독러 4개국어를 하는걸로 나옴)
그리고 아파트 난간에서 고양이랑 같이 난간 밖으로 머리 빼고 내다 보는것도 존귀ㅋㅋㅋ
그런데 극 중에 의사가 사라에게
'우주에 가서도 생리할거에요?'라고 묻고 사라는 그럴거라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ㅋㅋㅋㅋㅋ이해안됨...
왜 우주에서까지 생리를 하려고 하는지 ㅋㅋㅋ
나같으면 평생안할건데요 하고 싶을텐데 ㅋㅋㅋㅋㅋ
거기서 감정이입 와장창 깨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영화 각본/편집/연기 외적인 것 중에 제일 좋았던건
영화와 엔딩크레딧 사이에
자신의 아이를 지구에 남겨둔 채로 우주로 간 여성우주비행사들의 사진이 하나씩 나온것이다.
아마도 사라의 이야기는 세상 모든 워킹맘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겠지
그리고 '에바 그린 스모키화장 금지 위원회' 회장인 나로서는
에바가 영화 내내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와서 ㅋㅋㅋㅋㅋ 존졸개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폴란스키의 작품이 프랑스 박스오피스 1위라던데
27일에 개봉하는 프록시마가 좀 제껴줬음 좋겠다
폴란스키 꼴뵈기 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