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쯤 전날 밤에, 과제는 그 다음날 정오에 내야하는데 난 과제가 너무너무 하기 싫어서 ㅡ.ㅡ 현실 도피로 내년 2월에 리옹 갈때 예매할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있었더랬다.
이것저것 알아보면서
가까운 히스로 공항에서 좋은 시간대에 출발하고 좌석 지정도 되고 추가 차지가 붙지않고 기내식도 간소하지만 나오고 그래도 메이저 항공사인 브리티쉬 에어웨이를 타는게 나을까
아니면
멀리 떨어진 가트윅 공항가는데 교통비도 추가로 꽤 들고 공항에서 노숙도 해야하고 비행기도 완전 새벽에 출발하고 기타 택스나 요금도 더붙고 좌석 배정도 안되지만 '그래도 좀 싼' 저가항공 이지젯을 타는게 나을까
이러면서 현실도피를 하고 있었다.
거의 같은 옵션으로 맞춰서 견적을 뽑아보니 브리티쉬 에어웨이 런던 히스로-리옹 구간 왕복이 저가항공보다 50파운드 더 비쌌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는 히스로랑 무지 가깝고 (히스로 5터미널로 가는 마을버스도 있다ㅋㅋ) 런던 남쪽에 있는 가트윅하고는 엄청 멀어서 ㅋㅋ (내가 사는 곳이 런던 남서부 근교기 때문) 저가항공 탄다고 해도 가트윅 공항까지 왔다갔다하는데 드는 교통비가 꽤 비싸서 이렇게 되면 몸은 몸대로 지치고 배보다 배꼽이 더클듯했다.
(나는 비행기표나 숙소 예약부터 여행루트, 여행지에서의 그날그날 일정까지 모두 내가 알아서하는 편이다. 자유여행이 좋다)
그런데 그렇게 견적을 내고 나니 갑자기 리옹에 가고싶지 않아졌다.
난 리옹이 아주 아름다운 도시라고 들었고 한때 프랑스에 사셨던 분도 지인분을 통해서 내게 -리옹은 참 아름다운 도시니 꼭 가보시라고 전해드려 라고 전해주시기도 했지만
그냥 가고 싶지 않아졌다.
예전엔 -리옹가서 구요안을 잡아오겠어요 라며 농담삼아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그냥 멀리서 보고 팬질하는걸로 만족:) 가까이서 보고싶은 맘도 보고싶은 이유도 생기지 않는다.
지금 생각으로는 2월이 겨울중에선 제일 추울때인데 그걸 생각하면 따숩은 저어기 포르투갈 남부로 갈까 아니면 그냥 아무데도 가지말고 집에 콕 박혀있을까 아니면 3월 말 4월초 부활절 방학때 꽃피는 봄에 포르투갈 중부 알렌테주로 갈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ㅋㅋㅋㅋ
포르투갈을 간다면 지난 여행때 포르투갈 북부의 포르투와 포르투갈 리스본을 다녀왔으니 이번엔 포르투갈 중부 아니면 남부...인데 남부는 한여름에 가야할거 같아서 중부 알렌테주가 괜찮을듯...
아쉽게도 영어 나레이션의 영상은 못찾았지만 1:44~1:55 분에 나오는 에보라Evora는 내가 한번 당일치기로 갔었던곳..
리스본에서 고속열차도 아닌 그냥 우리나라 무궁화호 급의 기차를 타고 간 에보라. 그날 ㅋㅋ 좀 웃긴일이 많았는데 (ex- 기차역 플랫폼과 기차역 외부에 여기가 어디인지 안내판이 없어요 여긴어디 난누구, 난 분명히 여자화장실이라고 들어왔는데 알고보니 남녀공용이었어 그러다가 아저씨들이랑 마주쳤어)
그날 에보라 기차역에서 기차표 시간을 당기려고 직원 아저씨와 이야기를 해야했었다 ㅋㅋ 에보라 기차역은 ㅋㅋ 우리나라 간이역 급의 조그만한 역이었고 표 파는 창구도 단 두 곳뿐. 당연히 그런 곳에서 일하시는, 그것도 나이드신 중년의 아저씨가 영어를 하실리가 없었다. (포르투갈 대도시에서는 노인분들도 영어를 수준급으로 하시지만 에보라는 대도시가 아니다)
나는 영어로 기차 표 시간을 바로 다음 기차로 바꾸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아저씨는 내가 못알아듣는 포르투갈어로 이야기하시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신기했던건 아저씨가 포르투갈어로 이야기하셨는데 -표 시간을 바꾸려면 수수료 5유로를 내야해 라고 하신게 난 이해가 됬다는거...
그런데 고마웠던건 내가 '그럼 5유로 낼게요'라고 하고 지갑을 여는데 아저씨가 수수료 안받겠다며 그냥 기차표를 바꿔주신것이었다.
사실 5유로 기차표값으로 따지면 큰 돈은 아니지만 아저씨 마음이 너무 고마웠는데 기차에 타고서야 아 아저씨랑 사진이라도 같이 찍자고 할걸 하고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난 그날의 그 기차표를 여전히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다.
이런 포르투갈 기차표...
표 시간을 바꾸면서 표 가격은 0.00유로가 됬고 ㅋㅋㅋ (16유로이던 티켓 원본은 재발행하면서 아저씨가 가져갔다 ㅠㅠ) 돌아오는 기차편이 692편이라 692 only라고 적혀있는것 ㅋㅋㅋ 692 only는 차장 아저씨가 표 검사하면서 기차안에서 적어준것이었다.
저 티켓은 왕복 티켓이라 두 구간이 한꺼번에 적혀나오고, 출발 역과 도착역(나의 경우: 리스본 Oriente <-> Evora)과 날짜, 열차 종류(IC=Intercidade)와 좌석 급(2 CL=2nd Class) 열차 편 번호(690/692)와 객실 번호(Carr)와 좌석 번호(Lug)가 적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