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유튜브를 돌다가 오랜만에 리키 마틴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아아 리키 마틴 참으로도 아련한 그 이름. 그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도 과언이 아니다. 내 DNA에 내재되어 있었지만 그때까지 발현되지는 않았던 덕후 본능을 뾰롱하고 발현시켜준 것이 그(와 머라이어 캐리)이니깡. 내가 팝계를 버리고 축덕계에 투신한지 10년만에 처음 본 리키 마틴은 나이 40의 아저씨가 되어있었지만-_- 뭐 어쨌든 유튜브에서 그의 노래를 오랜만에 들은 나는 나의 햇수로 12년 외길 덕후인생을 다시 머리속으로 되새김질 해보았다.
(되새김질 과정은 너무 ㅋㅋ 지금 생각하면 얼척없이 웃기고 민망하고 오글거리는 일들이 많아서 생략. 여중여고다니면서 소문다나게 축덕질 해보셔쎄여? 안해봤음 말을 마세여)
되새김질 해보니.. 결론은 ㅋㅋ
구요안이 참 난놈은 난놈이다 라는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한 축구 선수를 좋아해 그 선수의 모국어를 배워야겠다 라고 생각한건 구요안과 프랑스어가 처음은 아니었다.
물론 내가 잉글랜드 선수를 좋아했다면 그가 나의 영어공부에 지대한 공헌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잉글랜드 선수를 눈물콧물뽑힐정도로 심하게 좋아해본적이 없었고 솔직히 말해 나는 초중고등학교 동안 내 영어실력이 아쉬웠던 적도 없어서 나는 다른 언어로 한눈을 팔았다.
그러나 나를 축덕계로 인도한 로마 황제(내가 좋아하던 10년전엔 로마 왕자였지 ㅋㅋ) 프란체스코 토티를 좋아했을때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려고 교재와 이탈리아어 사전을 샀으나 ㅋㅋㅋ 영어 이외의 언어를 아직 접해본적 없던 나이기에 한달후에 망했고
그후 잠깐 좋아했던 크리스토프 메첼더 때도 독일어를 공부하겠다며 교재를 샀다가 메첼더에게 정나미가 갑자기 뚝 떨어진 나머지 독어 공부 한달하고 때려쳤고 (이 이야기도 하자면...길다)
그후에 너무나 좋아해 말나라 왕자님이라고 부른 루드 반 니스텔루이 때는 ....네덜란드어를 공부하겠단 생각 자체를 안했고
그후 부터 쭉 좋아한 파울로 페레이라덕분에 포르투갈어를 공부하려고 영국 처음온 해에 영어로 된 포르투갈어 교재와 사전을 샀으나 한국어로 해도 어려울 언어를 영어로 공부하니 당연히 망할수 밖에 없었다.
결국 한국 집에는 이탈리아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교재와 사전이 나란히 책장에 꽂혀있기만 했고 지난 2~3년간 내가 여름동안 한국에 있을때 우리집 백여사님(이페소 어머니)께서는 내 방에 들어와 그 책들을 보실때 마다 네 의지 박약의 산 증거들이라며 뭔가 하려면 좀 진득하게 꾸준히 해보라고 타박하곤 하셨다.
그리고 문제의 2009년 9월 초. 한국 집 내 방에서 잉여롭게 인터넷을 하던 나는 서양 축구 커뮤니티에서 클릭 한번 잘못해서-_- 요안에게 첫눈에 홍 가버렸렸고 그 후로 영국으로 돌아와서는 보르도의 경기를 챙겨보며, 기사를 체크하는 동시에 프랑스어 교재를 사서 프랑스어 공부를 해보겠다며 악을 썼다.
내 사고 회로는
좋아하는 축구선수에 대한 자료/기사가 있는데 영어가 아니다 or 좋아하는 축구선수가 영어권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기사가 떠도 인터뷰가 떠도 그 선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기사가 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기사가 없는것도 아니고 있는데 왜 알아먹질 못하넨? →짱나네? 화나네? →그럼 그 언어를 배워서 이해할수 있게 할거야 →공부 뽜이어
누구나 가슴에 삼천원쯤은 있는거자...ㄶ 이게 아니고 축덕녀 가슴에 그런 열정쯤은 다 있는거잖아요 안구뤠여?
어쨌든 결과적으로 그 전에 시도했던 이탈리아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보다는 그나마 괜찮았다.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가 프랑스어였으니 적어도 읽는 방법과 아주 간단한 단어는 기억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치만 고등학교때는 프랑스어에 치를 떨었었고 (발음이랑 문법이 너무 힘들어서 ㅠㅠ그리고 선생님이 맘에 안들어서 <)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프랑스어로 된 기사를 해석할 능력까지는 절대 안됬다.
물론 지금도 야매해석이지만 그땐 엄두도 못냈었고 그냥 능력자 프랑스 언니들이 프랑스어로 된 기사를 영어로 번역해주면 그걸 읽어보는게 다였다-_- 아니면 구글 해석기 돌려서 간신히 보는정도?
그러다 올해 8월에 요안의 리옹 이적이 뭔가 전환점이 되었던것 같다. 프랑스 온라인에 뜨는 요안의 이적 관련 기사를 7시간의 시차도 마다않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양 팀 홈페이지에 뜬 이적 합의와 이적료 지불 조건 관련 기사...도 아니지-_- 단신을 발로 해석해 내가 자주가던 축구 사이트에 올렸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그러다 10월에는 요안이 리옹 소속으로 나왔던 첫 기자회견에 대한 내용을 처음으로 번역하고 나서 그 후에는 더 긴 인터뷰도 번역해보고. 처음이 어렵지 그 뒤는 쉽다는 말도 어울리는 상황이고 또 뭔가 머리에 있던 돌이 한번에 확 깨진 기분이랄까 ㅡ.ㅡ
물론 내가 프랑스어를 조금씩이나마 혼자서나마 공부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또 영어랑 비슷한 단어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제2외국어 공부할때 그 언어가 영어랑 비슷하다는거 참 중요하다-_-)
지금은 야매로라도, 시간이 오래 걸려도 요안에 대한 긴 기사를 번역할수 있고 또 프랑스 라디오에서 스포츠와는 상관없는 인터내셔널 뉴스같은걸 들을때도 아주 조금이지만 들리는게 있어서 참 놀랍다. 아예 하나도 이해못하고 하나도 안들리던 예전과는 참 많은 발전이지. 물론 지금도 눈에 확띄게 실력이 는건 아니지만ㅡ.ㅡ
예전부터 '프랑스어 말고 중국어 배워라'라고 하시던 우리집 백여사님은 그 4달동안 '중국어를 하든 프랑스어를 하든 하나를 좀 꾸준히 해봐라'라고 입장을 바꾸셨고 ㅡ.ㅡ 또 가장 최근에는 '그냥 그대로만 해라'라고 입장을 바꾸셨다 ㅋㅋㅋㅋ
물론 백여사님께서는 내가 축구선수 한명 때문에 프랑스어를 공부한다는걸 이미 알고계신다(......)
어쨌든 나는 요안에 대한 애정이 충만-_-할때는 지인분들과 웃으면서 - 이게 파워 오브 러브인가요 푸하하핳 이럴수가 라고 신기하다고 진반농반으로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애정이 예전보다 식었지만-_- 진짜로 요안이 난놈은 난놈인거 같다 ㅋㅋㅋㅋㅋ
솔직히 지금까지도 프랑스어 겉핥기 식으로 공부했지만 이젠 독일어를 공부해야하는 더 큰 이유가 있으니 ...그럼 앞으로 프랑스어 때려치고 독일 축구선수로 독어 공부의 동기부여를 해야하는건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뭐 어쨌든 내년에 리옹 여행 가긴 갈거다 ㅡ.ㅡ
그치만 처음에 생각했던 2월이 아니고 3월 말에. 여기는 11월 말부터 점점 추워지기 시작해서 2월이 겨울중에 제일 추운데 12월 중순엔 막 폭설와서 유럽 전체에 운송대란이 오나마나 했었다.
이렇게..
21일에 히스로 공항 제2 활주로 모습. AFP PHOTO / ADRIAN DENNIS
히스로 공항 3터미널의 모습. 예정되있던 항공편의 2/3이 결항되어 승객들이 발이 묶여서 공항에서 노숙하고 있음.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아예 몇시간동안 폐쇄됬다고-_-; AFP PHOTO / ADRIAN DENNIS
유로스타도 예외는 아님. 21일인가 저날 폭설이 내려서 운행 속도를 높일수가 없어서 예정된 스케줄의 1/3밖에 운행을 못했다고. AFP PHOTO/BEN STANSALL
12월에도 이런데 겨울 중에서 제일 추운 2월에 리옹 가겠다고 설치면
1. 기상악화로 아예 영국에서 출발을 못함. 교통비 기타비용 날림 2. 어떻게 리옹 가긴 갔는데 기상악화로 영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프랑스에 갇힘. 학교 결석하게됨
둘중에 하나가 될거 같아서 날씨 따뜻해지고 더 긴 부활절 방학이 있는 3월 말로 변경 ㅡ.ㅡ
내가 2007년에 영국 처음 오고나서 대입준비코스할때 우리 반 경제 수업하던, 달러 지폐에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 닮은 선생이 영국에서의 첫 겨울을 날 학생들보고
- 12월? 1월? *까 2월이 제일 추워!
이랬는데-_-
그뒤로 겨울이 점점 추워지고 잇다-_-
2008년 2월은 뭐 그냥저냥 보냈는데 2009년 2월엔 하루였지만 내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폭설을 봤고 학교도 휴교하고 학교에서 눈싸움하다가 나와 한국인 친구들은 매드코리안이 됬고 그날 영국 전 공항이 폐쇄되고 내가 지른 물건도 배송 예정일 못 맞춘다고 전화왔었고 2010년 늦겨울엔 폭설이 3일 간격으로-_-; 그리고 2011년 겨울은 유럽 1000년만의 혹한이라지(.........)
엄마 이거 뭐야 나 무서워...
이건 필시 아스날 팬이었던 그 경제선생의 저주일꺼야 (나는 첼시팬이고 그 선생은 아스날팬이라서 내가 고생한적이 한번 있었다(쿨럭)
어쨌든 한국에서 소포올게 있어서 걱정했는데 오늘 소포 행방추적해보니 히스로 공항에서 accepted됬다고 나와서 조금 안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