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나는야 이 나라의 외국인노동자
나는 지난 14일 부터 인턴, 불어로는 스타쥬Stage라고 부르는 것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인턴이 그냥 학생 또는 개인이 그냥 회사나 업장에 서류넣고 면접보고 계약서쓰고 일 시작하고 이러는 것이지만
프랑스의 스타쥬는 학교를 다니거나 졸업한 학생과
그 학생의 학교
그리고 업장 이 세가지 요소가 필수에
삼자가 동시에 계약서에 싸인을 해야 하는 그런 시스템이다.
그리고 한 학교와 한 업장에서 최대 6개월 가능 뭐 이런 형태.
어찌어찌하여 나는 졸업하던 주에 샹젤리제 근처 어드메에 있는 모 호텔에 서류를 넣어
12월 4일에 호텔 인사과 매니저와 내가 일할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와 인터뷰를 봤고 그날 바로 스타쥬 채용 결정이 났다.
이 레스토랑 자체는 생긴지 얼마 안된 레스토랑이긴 하지만
헤드 셰프는 서로 다른 업장에서 각각 미슐랭 별 1개씩을 받은, 젊고 실력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셰프.
보통 호텔은 6개월을 다 채우는걸 선호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나도 호텔에서는 별로 스타쥬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닠ㅋㅋㅋ 운명의 장난)
나도 인터뷰 볼때 인사과 매니저가
-너 3달(12주) 한다고 되어있는데 6개월 하자면 할수 있어?
이러는거다...
난 갑작스럽게 넘 당황시러워서 (그 당시엔 인턴 빨리 끝내고 프랑스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에)
- 음 일단 해보고 3개월 다됐을때도 호텔에서 원하면 연장할게여 ㅇㅇ
라고 하긴 했지만 일단 여운은 남겨놓았ㄷㅏ....
사실 내가 9월에 학교에 말했던 인턴 시작 희망일은 12/7일이었는데
내가 그 다음주에 이사를 해야하고 하필 인터뷰하던날이 금요일이라
(그리고 그 뒤에 학교-학생-업장이 사인해야하는 스타쥬 계약서를 작성해야하는데 이 서류가 하루만에 되지 않는다는걸 아주 잘 알기 때문에)-나 다음주에 이사해야하는데 14일부터 할수 있을까여 8ㅁ8?
해서 14일에 시작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인사과 직원에게 호텔 내부 규정집이랑 작성해야할 다른 서류같은거랑 준비해야할 서류 목록을 받아서 호텔을 나왔다...
그리고 14일 대망의 첫 출근
그날은 오전에 서류작업이랑 건물 내부 안내 등등 때문에 늦게 일을 시작했는데
평소에는 8시까지 출근해서 16:30분까지 일한다 주 5일에 토일은 오프.
뭐 하는 일은
주방 카스트 제도의 맨 아랫층에 있는 스타쥬 생이다 보니
매일 아침에 제빵부로 넘어가는 식전빵 재료 준비해서 밑작업해서 배달
기타 재료 손질 등등인데
어제는 ㅋㅋㅋㅋ 아주 작은 꼴뚜기같은 깔라마리를 3키로 넘는 양을
깔라마리 머리만 떼서 세척실에서 두시간 동안 먹물빼고 흙빼고 그러고 있었다 ㅋㅋㅋ
뭐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슈
그러고 있는데 일본인이면서 한국어도 좀 할줄아는 우리 레스토랑 수 솊이 지나가면서 날 보더니
첫 2주동안은 observer하는 기간이라며, 그 뒤에는 딴 것도 더 시킬거라고 하고 갔다.
뭘 더 시킬지 오금이 저린다
그래도 다들 분위기는 좋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건물 같은 층에 우리 레스토랑 말고도 다른 레스토랑 두개랑 제과부 제빵부 주방이 다 모여있는데
오며가며 다들 친절하고 잘 대해준다 (mm
어제는 진공포장하러 지하 2층 주방(이건 레스토랑이 아니라 호텔 연회 음식 등 준비하는 주방)에 내려갔더니
거기 셰프가
너 스타쥬생이니 그럼 어느 학교 나왔니 언제까지 스타쥬하니
등등 캐물음 (mm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은 주방에서 일하냐 안하냐를 넘어 다들 오지랖 좀 넓고 친절하다 ㅋㅋㅋㅋㅋ
오늘은 막 옆 레스토랑 셰프한테 '봉쥬르 솊'이렇게 인사했더니 그 셰프가
'나 셰프라고 부르지 말고 ~~~라고 불러'라면서 퍼스트네임 가르쳐주고 감ㅋㅋㅋㅋ
학교와 달라 몹시 어색하다
직원들 명찰에도 성이 아니라 자기 퍼스트네임만 나와있음 ㅋㅋㅋㅋㅋ
그리고 우리 주방은 헤드 셰프가 이탈리아 사람이다보니
주방과 홀 스탭 모두 합쳐서 그 중에 이탈리아어 유저가 12명에 ㅋㅋㅋㅋ
일본인 4명에 ㅋㅋㅋㅋ 그외 프랑스어 유저들.....
아주 ..... 다양한 문화가 있다
그 와중에 헤드 셰프는 축구 좋아하는 전형적 이탈리아 아저씨인데
내가 첼시 좋아한댔더니 막 첼시 어제 졌잖아 이러고 오늘은 무링요 경질 이야기하고 막 그럼...
ㅋㅋㅋ.......................ㅠㅠㅠㅠㅠㅠ 복수할테다 피오렌티나 지켜볼거야
지금까지는 만족한다 꼴랑 1주일 일해놓고
여긴 개인 업장이 아니고 호텔 레스토랑이다보니 호텔 내 직원 식당에서 점심식사하는데 밥도 잘나오고
(메인 말고도 빵이 6~7 종류에 과일 디저트 유제품 음료 등등 빵빵하게 채워져있고 샐러드바 까지 있는데 다 맛있다 (오열)
제일 중요한 ☆칼☆퇴☆근☆ 도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뭐 출퇴근 교통비 50% 지원에
세달째 부터는 최저시급도 안되지만 돈도 좀 나오겠징
나는 사실 프랑스라는 나라를 많이 까기는 까지만
인턴을 하면서 부터는 이래서 프랑스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일자리 구해서 비자 문제만 해결되면 프랑스에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조금씩 든다.
직원 복지만 보면 내가 인턴하는 호텔이 세계적인 호텔 체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반적으로 여기는 정말 '일 하는 사람들의 쉴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주는거 같아서
한국에서 보다는 (기회가 된다면) 여기서 일하고 싶고 뭐 그렇다...
나는 12월 24일 25일 1월 1일 모두 정상출근하는 이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이지만
일단 첫 두달은 돈 안받는 것만 빼면 대부분 다 맘에 든다 ㅋㅋㅋ
문제는 건물이 너무 복잡하다는 것과 내가 안면 인식 장애가 있다는 것과 넘 어리버리하다는 것 ㅠㅠㅠㅠ
(첫 날은 건물안 0층과 지하 1층에서만 움직였는데 길 4번 잃음)
다음주부터는 한번만에 다 기억해야할텐데 ㅠㅠㅠ
어쨌든 오늘 학교 졸업한 아는 언니도 다음달부터 피에르 에르메에서 스타쥬하기로 계약해서
모두가 잘된 한 주였다 ㅎㅎ
그것도 피에르 에르메 같은 큰 브랜드는 제품을 보통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데
언니는 모두 손으로 생산하는 피에르 에르메 본점 ㅋㅋㅋ 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