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c] 솔직히 이 책은 한 양덕에게 낚여서 읽은 책이었어
자세한 건 접은 글에:0
지난 달 초에 텀블러에서 에바언니 태그를 건 글들을 보다가
어느 양덕이 '이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을 영화로 만든 다면 소피 역에 에바 그린을 캐스팅했음 좋겠어'라며 올린 글을 보았다.
그 책은 영국 작가 조조 모예스의 'The girl you left behind(한국어판 제목: 당신이 남기고 간 소녀)라는 책이었고
이 책의 두 주인공 중 한명인 소피 르페브르 역에 에바를 캐스팅하고 싶다고 양덕이 포스팅을 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책이 어떤 책인가 검색을 해보니...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370214
이러했다(...)
나는 구글에서 'The girl you left behind'란 원제로 검색을 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인가 를 검색해보았는데...
너무 흥미롭고 내 취향을 자극해서
(물론 주인공이 둘이긴 하지만 그 중 한명의 배경이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니!! 전쟁시대물이라니이이이ㅣ!!!!)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영어를 할수 있는데 영어 원본인 책을 내가 영어보다 못하는 프랑스어로 읽으려니 그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또 영어판을 주문해서 받아보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내가 못견딜거 같고(.......)
그래서 킨들을 깔아 e북 버전을 다운받아서 컴으로 읽었다.
책은 1916년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 페론에서의 이야기 1부와 2006년 영국 런던에서의 이야기 2부로 나누어지는데
소피 르페브르는 1부의 여주인공이다.
그리고 1부와 2부 중간중간에 소피와 남편의 첫만남과 러브스토리, 그리고 소피의 뒷 이야기(이건 스포)가 중간중간에 섞여서 이어진다.
하지만 헷갈리지 않고 명쾌하게 아 이건 이 이야기고 저건 저 이야기구나 하고 구별할수 있다.
내가 정말 재미있게 집중해서 읽었던 이야기는 소피의 이야기.
2부인, 현대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여주인공 리브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나에게 흥미가 덜했다. 약간 지루하기도 했고.
소피는 화가인 남편 에두아르와 함께 파리에서 살고 있었지만,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에두아르가 프랑스 군에 징집되자 함께 자신의 집안이 대를 이어 운영해 온 호텔 '르 꼬끄 루즈(빨간 수탉)를 지키고 동생과 함께 살기 위해 고향인 생 페론으로 되돌아온 상황이다. 그리고 그 고향은 1년이 넘게 독일군에게 점령당해있고 마을 사람들은 수탈과 위협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돼지 한마리도 마음대로 키우지 못하고 외부 세계와 거의 고립되어 남편의 편지조차 받을수 없는 현실속에서 소피는 나름의 방식으로 독일군에게 저항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을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헌신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 와중에 소피는 남편이 그린, 자신의 행복했던 한때를 상징하는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힘을 얻는다.
소피는 원래 그 초상화를 숨겨두었다가 다시 호텔 벽에 걸었다. 그 모습을 본 소피의 동생 엘렌은 '그 그림을 걸면 불운이 찾아올거야'라고 걱정했지만 소피는 그 말을 듣지 않고 벽에다 자신의 초상화를 걸었다. 그리고 새로 부임한 독일군 사령관이 그 그림을 보게 되면서 엘렌의 말은 현실이 된다.
새로 부임한 사령관은 알고보니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그는 소피의 남편이 그린 소피의 초상화를 보고 마음에 들어한 그는 그에 이어 소피에게도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사령관은 자신과 부하들을 위해 매일 저녁식사를 만들라는 요구를 하게 된다. 그 이후로 소피는 사령관의 인간적인 모습도 보게 되고, 사령관은 점점 소피에게 더 큰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독일군의 식사를 만들어주는 소피를 점점 협력자(collaborator)로 생각하게 되고, 그 와중에 소피에게는 남편 에두아르가 아르덴의 포로 수용소로 보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소피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돌이킬수 없는 거래를 하고 만다.
그 뒤로는 강력 스포일러라서 이야기 안할테야
눔물 없이는 볼수 없는 그 뒷이야기....
나 진짜 새벽에 엉엉 울면서 읽은....
소피 이 바보야 바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소피의 이야기 초반부에 새로운 사령관이 처음으로 다녀간 후 소피가 남편이 그린 자신의 그림을 보면서 하는 말이 있다.
'그때 나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가 나에게 나 자신의 힘을, (이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나에게 얼마나 큰 힘이 남아있는지 깨닫게 한 것이다.
에두아르, 난 내가 다시 한번 당신이 그린 그 소녀가 되겠다고 맹세해요'
(Moyes, Jojo. The Girl You Left Behind (pp. 14-15). Penguin Books Ltd. Kindle Edition. )
라는...
독일군 점령 이후에 수탈이 가혹해서 어른은 커녕 아이들도 제대로 먹을게 없어서 피골이 상접한 상태의 묘사를 보고 이 대목을 읽으니
아 이건 에바언니가 하면 잘할 연기인데ㅠㅠ 싶었다.
겉은 약하고 여리지만 속은 강인한 그런 캐릭터ㅠㅠㅠㅠㅠㅠㅠ
언니 못먹어서 핼쓱한 얼굴 해가지고
고개들고 눈 내리깔면서 독일군들에게 빈정빈정 비아냥 거리는 연기 잘할거 같자나여 (엉엉
어쨌든 그 후에 소피가 (남편을 살리기 위한) 사령관과의 거래를 완성하려고 사령관이 맘에 들어한 그림을 들고 찾아갔을때의 대목에
소피에게 사령관이
'"내가 원한 건 결코 그 그림이 아니었소, 소피."
그렇다. 이렇게 내 운명은 정해졌다'
(Moyes, Jojo. The Girl You Left Behind (p. 145). Penguin Books Ltd. Kindle Edition. )
라고 하는 대목이 있다,
사실 나는 에바언니가 disgusting하다는 표정 지을때 참 좋아하는데 (<취향 괴상함)
저 말을 듣고 언니가 저 표정 지으면 딱일거 같아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막 사령관이 소피와의 거래를 완성하기 위해 저 대목 뒤에 소피의 머리도 풀러주고 뭐 그러는 장면들이 있는데
어쨌든 언니의 disgusting한 표정 넘나 좋구요
소설 속에서 남편 에두아르가 포로 수용소에 갔다는 소식을 들은 후 소피는 정말 엄청난 육체적 심적 고생을 하게 되는데
(이건 스포인데 소피는 사령관과의 거래 이후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며 독일의 한 수용소까지 가게 된다. 마지막에는 자살도 생각함)
그 고생을 하면서도 사령관이 자신과의 거래를 지킬거라고 믿는 소피는 정말 바보인가?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인간 자체에 대한 믿음과 남편을 한번이라도 다시 보고싶다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에바언니 피골 상접해서 의지와 오기 하나만 가지고 버티는 그런 연기 잘할거 같구요...)
특히 소피의 남편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그 어떤 고통이라도 감내하겠다는 태도를 보면
에바언니도 알고보면 사랑꾼 기질이 다분한거 같으니 감정이입하면 연기 정말 잘할거 같구여<
게다가 이 책이 여주인공 둘-소피와 리브-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서 언니가 나레이션하면 더 좋을거 같구여.....
근데 뭐 에바언니를 대입하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잘 읽은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가슴에 남는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았음
PS: 문제의 그 양덕이 생각한, 독일군 사령관에 어울리는 배우는
마이클 파스밴더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글로리어스 배스터드에서 독일군 역할이 너무 인상적이었엌ㅋㅋㅋ